'일상의 조각'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10/09/13 오래된 책들을 내다버리다, 그리고 아버지
  2. 2010/08/18 복싱 3년차가 말하는 복싱
  3. 2010/07/15 학교
  4. 2010/07/13 바다
  5. 2010/07/06 여기 있지만
  6. 2010/05/09 쉽게 바뀌지 않는 것들
  7. 2010/04/22 listen
  8. 2010/04/22 #09
  9. 2010/04/18 moment
  10. 2010/03/30
  11. 2010/03/23 # 1 (2)
  12. 2010/03/23 날씨가 좋구나
  13. 2010/03/16 암흑기 홀로 트윗에 앉아서
  14. 2010/03/13 해도 되겠어
  15. 2010/03/12 반복 학습
  16. 2010/03/11 법정스님 입적
  17. 2010/03/10 어쩌면
  18. 2010/03/08 무식한 놈
  19. 2010/03/04 사과
  20. 2010/03/01 고약한 취미
  21. 2010/02/25 씬 하나 추가
  22. 2010/02/24 영화를 보고 생각을 말하는 것
  23. 2010/02/18 한 줌
  24. 2010/02/10 약국이 있던 자리
  25. 2010/02/08 나열된 것들의 관계
  26. 2010/01/23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
  27. 2010/01/22 조잡한 인생설
  28. 2010/01/21 유치찬란
  29. 2010/01/18 없는 남산 식물원에 갔다.
  30. 2010/01/12 메롱이다



가게 오픈과 우기로 인해, 카오스 말기에 접어든 방 청소를 마쳤다. 

하다보니 가구이동과 책장정리까지 3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마음이 상쾌하다. 청소도 청소지만,

3단책장 하나 가득찬 책들 하나도 남김없이 내다버렸다.

책이라기 보단. 
토익, 토플, 한국어능력시험, 한자능력시험, 정보처리기사, 컴활, 그리고 각종 상식과 전공수험서, 여러 스크랩과 출력물
등.등.등.등.

대학졸업즈음부터 졸업 후 몇년 간, 줄곧 잡고 살았던 그것들.
버리려고 하나씩 꺼내다보니, 나도 사회에서 말하는 꽤 스펙이 괜찮은 놈이다. 이젠 나이에서 먼저 걸러지겠지만. ㅋ

2년 전 지금 집으로 이사오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끙끙대며 고스란히 가져왔던 것들을.

왜 오늘 정리할 마음이 생겼을까.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버리고나니 마치 언제나 닿지 않는 저저 구석의 찌든 때까지 말끔히 씻어낸 기분이다.

시원하고 후련하다.


그리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오랜 시공간의 차이가 있지만,

나도 단 한명의 특기자를 뽑는 모 공기업 공채 최종면접에서 전 장관 손자에게 밀려 떨어졌었다.

나를 포함한 3명, 최종면접 당일임에도 뭐하는 회사인지 몰랐던 한 명이 합격자에 올랐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세미정장을 입고, 면접 내내 횡설수설 했다.
면접을 보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고생했다 얼마나 준비하셨냐는 나의 물음에 "아빠가 한번 봐 보래서"라는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었다. 아마 다른 한 명이 합격했다면 깨끗이 물러났을 것이다.
 
인사과에 수차례 나의 불합격에 대한 이유를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결국 당시 지방기초단체의원을 하고 있던 이모부의 인맥을 둘러둘러, 모 국회의원님을 통해 알게 된 전말은.
"상대가 너무 쎘다"였다. 전직이긴 하지만 장관의 손자라는 것. 재미있는 건, 다른 한명도 모 구의원의 조카.

2년을 도서관과 집만 왕복하며 준비했던 회사였다.

암튼 그리고 맞이한 그 해 추석.

술이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가 밤에 들어와서 자는 척하고 있는 내 옆에 누워 했던 말.

"애비가 못나 미안하다."


지금, 그 때 내가 그 곳에 붙었더라면 하고 돌아보면. 아찔하다.

비록 백수에 가까운 경제적 능력과 불안정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더디지만 나아가고 있다.


여전히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시지만, 

이해하실줄로 믿는다. 


언젠가 운이 잘 풀려 하는 일이 잘 된다면,

아버지가 했던 그 말을 다시 돌려 드리고 싶다.

'아버지 보세요. 못난 건 아버지가 아니라 세상이에요' 



저작자 표시
T a g l 2010/09/13 17:10


지금은 몸 여기저기가 조금 고장나서 쉬고 있지만, 나는 복싱 3년차다.

복싱은 상당히 과격한 운동이다.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트려야하는 격투기다.

때문에 복싱을 오래, 애정하며 하다보면 몸 여기저기에 적신호가 온다.

허리, 무릎, 어깨 관절에 이상이 오고 늘 근육통에 시달린다.

그것이 복싱이다.


요즘에 복싱을 생활체육으로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시작은 그랬다.

언론에서 다이어트에 좋다며 복싱을 소개하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복싱체육관에서는 생존을 위해 또 복싱의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생활체육으로서의 복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적당한 이슈가 되었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체육관을 찾고 있다.


내가 다니는 대성체육관은 홍대에 있다.

홍대라는 특수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우리 체육관에는 나름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

다이어트를 위한, 여성을 위한, 직장인을 위한, 어린이를 위한, 이런 코스나 강의는 없다.

애들부터 아저씨까지 누구든 오면 줄넘기부터 하고, 기초스텝과 원투동작으로 몇 달을 간다.

6개월 전까지는 감히 링에 오르지도 못한다.(요즘은 많이 타협해서 3-4개월 정도로 낮춘 듯 ㅋ)

관장님이 쿨하면서도 굉장히 고지식하다.

그렇기에 다이어트를 위해, 적당한 건강을 위해 온 사람들은 대부분 2-3개월이면 보이지 않는다.

대신 10명에 1명 정도 6개월을 넘긴 사람들은 중간에 잠깐씩은 쉬어도 절대 복싱을 끊을 수 없게 된다.

취미로 시작해서 뭔가 본격적이 되는 것.

위험한 것들은 대체로 중독성이 강하다. 복싱의 매력 역시 그것에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복싱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해 내가 느낀 바로 말하자면,

복싱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살이 잘 빠지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복싱하면 TV 등 미디어에서 잠시 비춰지는 고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떠올리는데,

그건 정말 선수들이나 하는 거고, 체육관에 다니는 어떤 일반인에게도 그렇게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


복싱은 고독한 운동이다.

가면 관장님께 인사하고, 혼자 줄넘기 하고 스텝 뛰고, 새도우하고, 샌드백치고, 웨이트 조금하고 줄넘기 하고, 관장님께
인사하고 돌아온다.

처음에는 그 사이사이에 스텝이나 펀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또 혼자 연습이다.

TV에서처럼 빡세게 운동시키고 못 먹게 하고 하는거 절대 없다.

다만 복싱을 오래하면(최소 6개월 이상) 체중이 본인에게 적당하게 맞춰지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약간 마른 편이라, 운동을 하면 살이 붙는다. 운동과 함께 많이 먹게 되기 때문.

반면에 약간 비만인 사람은 살이 빠진다.

막 많이 찌고, 많이 빠지고 하는게 아니라, 적당하게 찌고 빠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체형은 건강해진다. 과격하기에 다치는게 많아서 그렇지.

음 이건 우리와 같은 체육관에 한해서라고 해야겠다. 요즘엔 '적당히 타협한' 체육관도 많다고 하니까.


살 빼는 건 TV에서 보듯이 정말 간단하다.

안먹고 계속 운동하면 된다. -_-

복싱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살을 빼는 건, 다이어트 하는게 아니라 체급을 낮추기 위해서다.

평소에는 자신에게 맞는 체중으로 지내다가, 시합이 잡히면 체급에 맞게 체중을 조절한다.

찌워서 체급을 올리거나, 빼서 낮추는 것이다. 대부분 빼서 낮춘다.

이유는 헤비급을 빼고 복싱에선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체급을 올리면 몸이 둔해지지만, 빼면 원래 파워에 스피드가 붙는다.

그렇기에 시합 한달 전이 되면, 살을 빼기 시작한다.

우리 체육관에도 선수들이 있는데, 보면

하루에 한끼만 백반으로 먹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운동만 한다.

그것도 매우 과격하게. 살이 쭉쭉 빠질 수 밖에 없다.

시합 끝나면? 금세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스포츠로서 복싱은 정말 매력적이고 추천할 만하다.

다만 다이어트 등 기타 다른 목적으로 한다면 금방 지루해하고 효과도 없다며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스포츠다.

아니 복싱 뿐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며칠만에, 고작 한두달만에 살을 쏙 빼주는 운동은 없다.

있다고 하는 놈 있으면 그 새끼 나한테 데려와봐. 나도 살 좀 빼게.

여기 살 빼러 오는 곳 아니야. 존 말 할 때 그냥 가. 알았지? 

체육관에 상담와서 '살 많이 빠지나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우리 관장님이 하는 말이다.

저런 새끼들이 나중에 살 안 빠진다고 사기라고 소문내고 다닌다니까.

역시 관장님 말씀이시다.

so cool.


그나저나 나도 얼른 몸 추스려서 다시 나가야겠다. 아우 신나. :D


T a g l 2010/08/18 01:21


도서관에서 정문으로 가는 길.

나에게도 집과 도서관만 반복하던 시절이 있었지.
이 길을 매일 아침, 밤 걸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순간이 지금 내 안에 남아 있을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T a g l 2010/07/15 18:32


썰물이 으르렁 거리며 무섭게 들어오고 있었다.

위태롭게 물거품을 맞으며 돌로 된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바람이 휘청 불고, 시야가 탁 트였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멋진 바다를 여기 둔거야." 라고 물었다.


'누가 둔 게 아니라, 늘 여기 있던 거야' 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발 밑에서 새끼 손가락만한 망둥어가

아래로 뛰어 내렸다.



T a g l 2010/07/13 23:13



공간이라는 게 참 오묘하고 우습다. 잠깐 있었을 뿐인데, 문든 찾아드는 시간을 넘어드는 감정이 온몸을 흔들기도 하니까. 하고. 매일 밤 라인강 가를 뛰었던 게 나였다는 기억이 나를 깨운다.


나는 여기 있지만.



T a g l 2010/07/06 02:05



결국. 2년 간의 좌식생활은 실패로 종결됐다.


최소한 작업공간만은 입식으로 회귀하기로 했다.

입식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모니터와 오른쪽 창을 보고 있으니
지난 2년간 내가 왜 고관절통증을 얻으면서까지, 그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나 편한데.


*
어제는 주문한 책상과 의자가 왔고. 하루종일 이사 아닌 이사를 했다.

책상. 의자 하나 더 들어왔을 뿐인데,

기존의 것들의 위치가 바뀌고 구도가 바뀌었으며 결정적으로 방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기존의 objects를 방 한가운데 죄다 끌어다 놓았다.
그리곤 그 카오스 속에 가만히 서서 멍을 좀 때렸다.
(그 사이 화장실도 몇 번 갔다오고, 전화도 받고, 마트가서 청소에 필요한 것들을 사오고, 밥도 먹었다)

방은 유기체적이다.라고 나는 믿는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책상의 위치를 잡았다.
그러자 나머지 objects들의 위치는 자연스레 결합되었다.

화룡점정인 청소는 고귀하지만, 매우 고되고 귀찮은 작업이다.


그렇게 하루가 꼴딱 가버렸다. 


입식과 좌식의 유기적 공존.

새롭게 변태한 방 한 구석에 앉았다.

활짝 열어 놓은 두개의 커다란 창문으로 밤공기가 들어오자
마침내 모든게 평화로웠다.


T a g l 2010/05/09 14:01



나는 아마도 강변으로 내려가는 도로에 서 있었던 것 같아.
아스팔트 가운데 칠이 벗겨진 노란 중앙선이 보였거든.

싱그러운 내음이 나는 물이 무릎까지 찰랑거리고 있었어.
바지를 걷고 있었는데, 사실 큰 도움이 안됐어.

왜냐면 난 물 속으로 수영을 해야한다는 걸 느꼈거든.

무언가 미끄러운 게 발가락을 스치고. 사라졌어.
커다란 고래였는데 어느새 난 물 속에 들어와 있었지.

시원했어 가슴 속까지 짜릿했지.

손을 내미니까 몸이 앞으로 움직였어 마치 우주에서 유영하는 기분이랄까.
하긴 물 속도 공기가 없으니까 같은 걸꺼야.

난 물에 잠긴 다리 아래로 성당 첨탑을 지나.
도로에 줄지어선 자동차를 들여다봤어.

찰랑거리는 소리만 귓가에 울렸어.
물고기들이 나무가지에서 뛰어내리고.
나무들은 물 아래에서 잎을 피웠지.

고래가 다시 나타났어.
꼬리지느러미를 잡자, 엄청나게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어.
마치 나는 것처럼 빠르게 물속을.

숨이 가빠져서 기분이 좋아질 때 쯤 놈은 꼬리를 휙하고 흔들어 나를 물 밖으로 던져버렸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 중. 가장 기분 좋은 꿈 이야기야.



Q i s m l 2010/04/22 17:31

#09







S q u a r e l 2010/04/22 17:06





the time i'm in.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S q u a r e l 2010/04/18 19:27





S q u a r e l 2010/03/30 13:14

# 1



거지같구나.


2010. 3. 23. 4:44 pm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S c r i b b l e l 2010/03/23 16:54


지금 내 삶은.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사실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삶.


그나마 다행인 건. 

이유없이 웃음 실실나는 오늘같은 날이 있어서.

:D



T a g l 2010/03/23 15:47


며칠전 갑작스런 트윗 암흑기 도래로 인해.
 
트윗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 졌을 때.

이렇게 가버리면 나의 팔로잉과 팔로우로 이루어진 온라인 세상이 휙 아무것도 아닌게 되버리는구나.

란 생각을 하게됐다. 


앞으론 더 가까워지되 더 가벼워져야지.


갑자기 세상이 꺼져버려도 담담할 수 있게 말야.



T a g l 2010/03/16 20:53


오늘 과천까지 장거리 스쿠터기는 만족스러웠다.
머릿속에 어렴풋했던 계획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사실 공식은 이랬다.

if today is good = go!
if today is bad = go!


외투 없이도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않으면서.
다 버리고 돌아오고 싶다.



T a g l 2010/03/13 23:32


푹풍트윗 뒤의 공허함이 뭔가 단 것을 생각나게 한다. 영혼의 결핍을 물질로 채우려는 시도가 의미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천년간 반복해온 앞서 간 조상들처럼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 넣고 닥치는대로 눈과 귀를 사치스럽게 채우는 짓.

을.

하다보면.

수천년 동안 썩어 풍화되버린

육체. 그 말라비틀어져 근본조차 남지 않은 정신이 반복과반복과반복 속에.

망령처럼 마른 바람이 되어.

입술을 타고 영혼까지 메마른 사막으로 내동댕이치는데.

한다는 건 고작. 


혀의 침으로 깔짝깔짝.

갈라진 입술을 적시는 일 뿐.




T a g l 2010/03/12 16:24



모처럼 하늘이 푸르구나.

스님의 열반소식을 들었다.


책장에서 <무소유>를 꺼내 앞장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적는다.

'2010. 3. 11. 법정스님 입적.'


그리고 23 쪽부터 시작하는 무소유를 한번 더 읽는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물건 뿐 아니라 마음을 얻는 일도 마찬가지일터.


어제 깨달았던 끊임없는 갈증에 이르는 길이 무소유를 통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오늘 희미하게 느낀다.

미묘하다.


 

 

T a g l 2010/03/11 16:36




내가 미치도록 갈구하는 것이

갈증.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탄탈로스와 시지푸스의 운명을 본다. 




T a g l 2010/03/10 18:28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비평이나 해설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장르는 미술이다.

자신에 가득찬 사람의 해설을 읽다 보면 심지어 어떤 그림의 붓터치하나. 줄 하나를 잡아들고

"작가의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나로선 받아들이기엔 아직 무리다.


작품의 작가가 직접 해명을 한다해도 "정말 그 때 그런 마음과 감성으로 그린 거냐"고 핏대를 세울 판에.

관계 나이한. 다른 사람의 말이 곧이 곧대로 들릴리 없다.

피카소를 모르고도.
마드리드 국립소피아왕비예술센터에서 만난 "게르니카" 앞에서 목이 메이고.
니스에 머문 3일동안 매일 샤갈 미술관을 찾아가 반나절씩 앉아 있게 만들었던 '무엇'만을.

굳게 믿는 멍청하고 무식한 나란 놈.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알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T a g l 2010/03/08 18:13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어두운 골목.

차가운 백열등 걸린 1톤 트럭 한가득 사과다.

지저분한 모자 아래 희끗한 머리. 두꺼운 항공잠바 움츠리고 쭈그려 앉아. 

남자 사과를 씹고있다. 

눈을 내리깔고. 느리게. 으적. 으적.


내 품의 봄이.

부끄러워 달아났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T a g l 2010/03/04 23:48


나에겐 남들이 알면 조금은 혐오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를(그러나 나는 태연자약한) 악 버릇이자 취미가 있다.

바로. 먹고 남은 여분의 음식물, 주로 과일이나 채소 혹은 잘 썩지 않는 음식물들을.

방치. 하는 것이다. 


이게 고약한 버릇이란 걸 알게 된 건. 최근이다.

누군가 집에 먹지 않는 삶은 고구마가 5일이나 그대로 있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우리집엔 3주된거 있는데"라고 했는데. 모두가 뜨악한 눈으로.

그래서.

귤 하나도 책상에 한달 째 앉아 있고.

음식수납장에 서너개 남은 생감자들는 봉지를 뚫고 가지를 뻗치고 있으며(가지가 뻗어가는만큼 몸뚱이는 작아지는 걸로 자가영양분공급이 아닐까).

어제는 탁구공만하게 쭈글어들어 미니어쳐가 된 사과 하나(처음엔 주먹보다 조금 컸으나)를 결국 버렸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지만, 냉장고에 약 1년 반 정도? 된 달걀 두 알이 있.."

"으에에엑-" 

경악하는 그들에게. 다들 이런 거 하나쯤은 있지 않아라고 물었으나 허공에 메아리.

곧이어 쏟아지는 질문들.

뭐냐 뭐냐 뭐냐 어쩔시구 냐냐냐 블라블라. 아뵤.


왜 안버리냐 길래.

"그냥. 오래됐다고는 생각되는데. 버리지 않게 되네." 라고 답했다.


물론. 비위가 워낙에 안 좋은 까닭에. 금방 썩는 것들이나. 냄새가 나는 것들은 바로 버린다.
(냉장고 달걀 2알만 예외. 그러나 안에서 그들은 얌전하므로... 만지지 않는다.-_-;;)

암튼. 그리하여.

나의 그런 버릇이나 취미가 조금은 별날지도. 그리고 살짝 고약하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얘기를 들은 여러 사람들이 뜨악하며 살짝 뒤로 물러섰으므로.)


그런데 이게. 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꽤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귤은. 오래 상온에 두면. 안의 열매?!가 조금씩 말라들어가 나중에 껍질만 남게 된다!
물론 어떤 귤들은 바로 썩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버려야한다.



암튼.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봄맞이 대청소를 하면서.

가장 오래된. 달걀 두알을 청산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앞으로는 그 결과를 기록해놓기로.

전에 내 얘기를 들은 누군가 중 단 한명이 흥미로워하는 모습에서. 

기록해놓으면 재미있겠다는 영감을 받았기 때문. 






달걀은 껍질이 단단해서인지. 약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외형상으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고무장잡을 착용하고 놈을 꺼내 안을 확인해봤다. 매우 긴장.

독가스 대비하여 마스크착용.

사실. 가장 큰 두려움은 병아리가 뛰어 나올지도 모른다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로 시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였다.

반은 깨끗하게 비워졌고 한쪽으로 마치 로얄젤리처럼 응축된 상태.


하지만 의미있는 일이다.

나의 취미이자 버릇인 '방치해두기'에대한 기록이.

가장 오랜 기간동안 방치됐던 달걀 두알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될 것이므로. -_-


1년 반 된 달걀가스에의 노출이 생명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Q i s m l 2010/03/01 19:29


어제.

한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

손님없는 밤 일찍 카페문을 닫은 형님도 함께.

차마시 듯. 술을 들고 두런두런. 오늘 새벽까지 담소를 나누는데.
 
카페야외테이블이나, 그 앞 골목이나, 옆 거리나,

부드러운 공기가 가득 찬.

그래서 하릴없이 그 앞에 서다 거닐다.

이야기를 하다 마시다.

봄인지.

몽상 때문인지.


마치 달 뜬 사람처럼 웃음이 실실 났던 날이었다.



T a g l 2010/02/25 19:09



뭐든 직접해보지 않도고 말하기는 쉽다.

웃긴 건.

직접 발을 담가도 말하기는 여전히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달라진 건 분명히. 있다.


평론가들은 그 일을 계속하려면 직접 만들 생각은 말아야 한다.
고. 생각한다.



T a g l 2010/02/24 17:38


어쩌면 바닥에 떨어지는 햇빛 한 뼘.

가끔 올려 볼 수 있는 한조각 별 촘촘한 밤하늘.

시원한 바람 한 모금.


그게 다 일지도.



T a g l 2010/02/18 23:28

약국에 갈 일이 생겼다.

우산을 쓰고 바로 앞에 새로 생긴 곳으로 갔다가,

예전 살던 동네 약국이 생각났다.

할아버지가 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TV를 보고 있던 곳.

약국인데 들어가면 한약냄새가 났다. 나 어렸을 때처럼.

걸어서 한 10분 정도면 가는 곳이라 산책 겸 걸었다.

다 왔는데 약국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 바뀌었는지 떡볶이 집이 덩그러니.


어쩔까 그 앞에서 서성대다가.

돌아가기 보단 계속 가보기로 했다. 약국이야 또 있겠지.

한참 걸어서 어느 약국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시 집 앞으로 와서 새로 생긴 약국에 갔다.


남는 이야기.
아 통화 오래하기는 너무 어렵다. -_-



T a g l 2010/02/10 00:20


긴 머리를 잘랐다. 
머릴 묶던 작은 고무밴드들은 다시 당분간 여기저리로 숨어들 시간이다.
미련 같은 건 없다. 3개월이면 다시 길테니까.
신봉선이 있었다.
실물은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고 보통이었다. 얼굴도 평범한 크기였다. 메이크업의 힘인가.
뒤뚱거리면서 걷는 건 일부러 그런건지 알 수 없었다.


요즘 연기하는 지인들 덕분에 대학로에 자주 간다. 호강이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를 봤다.
웰 메이드. 근래 봤던 연극 중. 여러모로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웠다.
이번처럼 주연은 아니지만, 나를 부른 연기자가 단연 빛났던 연극도 드물다.
박신양이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끝나고 보니 나를 부른 연기자의 선배로 왔다.
박신양은 머리가 굉장히 컸고 등치가 있었으며 키는 작았다. 나를 부른 연기자는 키는 작았고 외소했으며 머리는 박신양의 반도 안됐다.


영화 <용서는 없다>를 봤다. 소문대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왠만한 배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탄탄한 시나리오를 뚫고 고개를 내미는 배우들도 있다.
이번에 설경구와 류승범은 튀지 않음에 만족하는 듯 했다.
보고 나오는 저녁공기가 시원했다.


주말에 트윗을 안했다. 살짝 중독수준이라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
어느새 몸까지 빠졌던 것 같지만.
수영보다는 걸터 앉아서 발만 찰랑거리는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먹었다.
다 마시고 나니.
미숫가루가 우리집에 온지 1년이 넘었음이 떠올랐다.
창문을 열었다. 비냄새가 났다.


미숫가루가 마음에 걸리지만.
더 힘을 내보기로.



T a g l 2010/02/08 16:20



난찾아먹는타입은아니다
다만활동범위내에손닿는곳에있는녀석들은정줄놓고초토화시켜버린다
그런데모니터옆에서있으면서도아직살아남은녀석이있다
와사비땅콩한캔.


T a g l 2010/01/23 15:32


혼자 가는 거다.


옆에 같이 걷고 있던 사람이 조금씩 벌어져.
 
그래서 먼지보다 작아져 보이지 않아도 떼쓰지 않고 싶다.

갑자기 누군가 등에 달라붙어도.
 
밀어내지 않고 싶다. 

내가 처음 두려움에 떨며 젖은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 사람이 옆에 있었던가. 

결국에는 내가 다시 흙으로 고꾸라질 때도.
 
그가 뒤에 붙어 있을까.


과거가 미래로 가는 어떤 대열에 나는 떨어졌을 뿐.

미래가 과거가 되어.
 
모든게 다시 희미해질 때까지 단지.
 
겹치고 엇갈리고 나란히 섰다 붙었다 갈라지고 엉켰다 풀어질 뿐.
 
아닌가. 


T a g l 2010/01/22 12:28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좋아한다. 언젠가 누가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에드워드 호퍼가 생각난다고 했을 때, 내색은 전혀 안했지만. 뛸 듯이 기뻤다. 유치하지만 그렇다. 


 

T a g l 2010/01/21 22:45


남산타워가 있는 꼭대기보다

남산도서관 뒷 쪽 식물원이 있던 터가 더 좋다.

어쩐지 아래서 올려보는 남산타워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

예전엔 식물원과 함께 동물원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작은 동물우리?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졌다.


눈에 안보이면 마음에선 멀어질지 몰라도.

기억은 치워지지 않고 남는데.

그래서.
서글픈 마음이 예고없이 찾아 들곤 한다.



by 아이퐁


묶은 머리 적응기간.

T a g l 2010/01/18 11:33


나만의공간이없어질지도모른다는불안은때때로나를미치게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T a g l 2010/01/12 16:23
1 2 

카테고리

i' m Q (450)
T a g (313)
S q u a r e (58)
S c r i b b l e (7)
S e n s e s (49)
U n t e r w e g s (3)
Q i s m (10)
F o c u s (5)
Kalte H a n d (4)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