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11 나의 취향 : 레인 - 아네스 자우이
  2. 2009/05/11 차가움과 따뜻함 : 렛미인



★★★★☆

코미디에도 당연히 취향이 있다.
웃기는 건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 또는 유머는 눈물이 쏙 빠질정도로 웃다가 마지막에서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그러면서도 웃게 되는. 그런 거다.

그런 면에서 <레인>은 나의 취향. 이다.
세상과 동 떨어져있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지만 의외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
그런 상황에서도 위트를 발휘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캐릭터들.
이.
척박해진 가슴을 촉촉하게 보듬어 준다.

장 피에르 바크리는 생뚱맞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전문이다.
중년의 남자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연기는 실제로도 저렇지 않을까 할 정도로 진짜 같다.




영화 <레인> 전체에서 풍기는 말랑말랑한 분위기와 경쾌함은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아네스 자우이와 역시 주연이자 각본을 쓴 장 피에르 바크리가
부부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배가 된다.

이상적인 파트너십. 부부로서 작업동료로서.

언젠가는 나도 저와 같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뭉개며 기분의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일도 사랑도 인생도 언제나 화창할 순 없는 법..
어쩔 수 없는 비라면 그냥 내리게 두자.
멜랑꼴리 마음에 귀 기울이며.
멎을때까지만.

연출 : 아네스 자우이
출연 : 아네스 자우이, 장 피에르 바크리, 자멜 드부즈


S e n s e s/saw l 2009/08/11 14:08

어렸을 때 나는 겨울이 싫었다. 추위를 신경질적으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몸이 추우면 굉장히 예민해지고, 감정은 통제불능이 되었다.
겨울마다 세계지도를 보며 적도지역의 나라로 이민을 꿈꾸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가 쨍하고 울릴 만큼 추운 날에 오히려 기분이 업 될 정도로 겨울을 좋아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에 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추운 날에는 심장에서 더 뜨거운 피가 솟아난다.
팔팔하게 살아 있다는 신호가 수십억 개의 세포로부터 전해졌다.

<렛미인>을 보며 나는 잊고 있던 차가움을 떠올렸다.
발은 시리지 않을까. 손가락이 언 것 같은데..
추위에 대한 기억들이 되살아날수록 몸은 크게 떨렸다.




영화 속 차가움의 결정체는 엘리였다.
얇은 옷차림에 여린 몸, 창백한 얼굴과 마른 입술, 커다란 눈.
그녀는 얼음과 눈 속에서 막 태어난 것처럼 정글짐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안아줘. 차가움에서 나를 구해줘.’

어느새 나는 엘리를 안고 있었다. 스스로도 덜덜 떨면서 그녀를 꼭 안아,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온기를 모두 내줘서라도 그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
그녀가 원하는 게 정말로 따뜻함과 구원인지, 아니면 나의 목숨인지는 상관없었다.
영화 속, 엘리와 함께 온 중년남자 그리고 오스칼이 그랬듯이.

죽으면 몸이 차가워진다. 차가움의 지속은 죽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차가움에서 태어났어도 일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엘리에게 그것은 인간의 피를 말한다.
차가움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함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삶, 그것이 바로 엘리의 운명이었다.




비록 피를 필요로 하지만 엘리 또한 삶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 인간(?)이다.
엘리는 자신의 운명 안에서 세상과 나름대로의 관계를 맺는다.
엘리와 그의 남자들(중년 남자, 오스칼)의 관계는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종속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운명을 가진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신뢰와 사랑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렛미인>은 평범한 인간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다 뭔가 더 순수하고 고결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 영화가 아닌 엘리와 오스칼의, 차가움과 따뜻함에 대한 다른 차원의 멜로드라마다.



S e n s e s/saw l 2009/05/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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