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경향신문에서 병 중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복을 기원하며
쓴 글 중에서 누군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 선지자로 칭하며' 쓴 칼럼을 봤다.
한국 민주주의에서의 먼저 온 사람과 마지막 온 사람.
칼럼은 그를 먼저 온 사람이라 했다.
그렇기에 많은 고뇌와 고통을 받아야 했으며 눈물이 되어야 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는 실시간 뉴스를 방금 접했다.
마치 온몸의 기가 한번에 빠져 버린 듯, 벌어진 입으로 짧은 바람 소리만 날 뿐.
머리가 아연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늦은 밤 기숙사 열람실에서 마치 양계장의 닭들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였다.
한밤 중에 갑자기 '윙' 하는 마이크 소리에 이어 울음 섞인 격렬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흔들었다.
"김대중 선생님이 대통령이 됐다!!"
흥분한 사감 선생님은, 선생님이 대통령이 됐다며 울부짖었다.
사감의 외침은 아직 싹이 푸른 내 가슴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 후로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TV에서 볼 때마다 그 때가 떠오른다.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나는 순간에도, 마이클 잭슨과 포옹하는 순간에도,
임기 말의 노쇠한 모습에도, 자식들로 인해 비난을 받고,
수족 잘리 듯 정치적 측근들이 하나씩 제거될 때에도,
얼마전 故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통곡할 때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김없이 푸르스름한 파장은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 살아 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이제는 누가 내 가슴에 뭉클한 뜨거움을 기억하게 할까.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했을 때와는 다른 슬픔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다시는 되새길 수 없을지도 모르는 무엇에 대한 불안함의
통곡일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