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당장은 잊고 지내도 언제든 생각하면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억처럼,
사라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심장마비.
내 중학교 시절, 소니카세트플레이어, 이어폰, 용돈 모아산 정품 테이프,
또 하나의 내 아날로그식 기억이 흩어져간다.
부디 하늘에서는 피부색으로 슬픈 일 없기를.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09. 6. 25. 히어로 잠들다.
집으로 올라오다 왠지 지쳐서 그냥 그대로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닥의 차가움이 등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시원했다.
두시간 가까이 잤나보다. 멍하니 있는데 가방이 보였다.
하루종일 가방에서 꺼내는 건 거의 없는데 늘 무겁지 않았나.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어내 보니, 별 건 없다. 파일케이스, 낙서노트, 낙서다이어리, 신문지, 영화팜플렛들, 독일잡지 등.
좀 두꺼워보이는 파일케이스. 를 정리하기로 했다.
에이포지 가득한 수요일 스터디용으로 지난 주 스터디를 해체키로 잠정 결정을 내린 터.
쏟아보니.
1년 동안의 작문들, 글, 기획안,
첫 스터디 때 받은 다른 스터디원들의 기획서들도 있었다.
그리고 낙서 낙서 낙서. 파일 속, 그 어떤 에이포지도 나의 낙서로부터 무사하지 못했다.
기획서든, 작문이든, 논술이든, 그냥 백지든
귀퉁이든 상단이든 하단이든 가운데 대놓고든.
새삼스러웠다. 기분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챘는지 모르지만, 스터디동안 난 많은 초간, 많은 분간, 때론 시간.
몽상에 빠져 있었고, 의식을 쓸데없는 잡생각에 맡기곤 했었다.
이상하게도 수요스터디시간은 내가 꽤 편안히 flow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시 얼마간의 멍한 시간이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낙서를 위해서 스터디가 끝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왜냐면 나에게 낙서는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가벼운 고민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내 욕심을 채울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이 알아채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