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05/20 지금, 당신만 좋아요 : <똥파리>,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2. 2009/05/20 時가 머무는 곳
  3. 2009/05/11 차가움과 따뜻함 : 렛미인
  4. 2009/05/11 오페라
  5. 2009/05/07 생애 첫 해외 비행의 품격
  6. 2009/05/06 홍대, 번지다


 

영화에는 감독의 나르시시즘이 묻어난다. 특히 첫 영화의 경우 냄새는 매우 진하다.
이런 나르시시즘은 심한 경우엔 거의 마스터베이션으로 보일 정도다. 
대부분 감독은 영화 제작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자기만족에서 관객과의 소통으로 나간다.
계속해서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그 마스터베이션을 자기만의 색으로 굳히는 소수의 감독들도 물론 있지만.
여기에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의 일반적인 가치판단은 없다. 관객 개인의 판단이 있을 뿐이다.

<똥파리>는 기대를 많이 한 게 잘못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무 날, 아무 때에 그냥 극장에 들어가서 봤다면, 흡족해서 나올 영화였다.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리뷰와 너무 많은 지인들의 이야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기대를 했고,
실망했다.

무엇보다 좋았다던 주인공의 연기가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다.
양익준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조연과 따로 놀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연기가 싸우고 욕하고 소리치고 우울한 척 폼 잡는 연기 아니었던가.
그건 사춘기 중학생도 제임스 딘 보다 잘 한다.
<똥파리>에서 내가 본 게 있다면 변함없는 신인 감독의 격렬한 마스터베이션뿐이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독립영화일까, 상업영화일까. 모르겠다.
요즘 경계가 많이 모호해지기도 했고, 영화에 문외한이라.
그래도 CGV 등 큰 상영관이 아닌 비주류 상영관에서 소리 없이 개봉한 걸 보면 대충... 
여튼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 시키는 신민아와 쿨한녀의 대명사 공효진이 한 스크린에 나오는데도
영화는 지루했다.
이야기와 캐릭터는 진부와 극한을 오갔고, 구성은 울퉁불퉁했으며,
반전은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내 자율신경계는 팔뚝의 닭살과 함께 기묘한 메스꺼움으로 반전에 항의했다.
역시 막이 올라가자 부지영 감독의 나르시시즘만 남았다.

나는 독립영화 광팬은 아니지만 빈번하게 텅 빈 상영관을 찾는다.
스크린과 나 사이의 허허한 공간이 감독의 나르시시즘으로 가득 찼을 때, 그 위로 유영하는 느낌이 좋다.
더군다나 그 나르시시즘의 강물이 언젠가 바다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보일 때는
보물찾기에서 1등이 적힌 쪽지를 찾았을 때의 기분도 든다. 아싸.

<똥파리>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꽤 간격을 두고 본 영화지만 나름 비슷한 점이 있다. 
남성적인 그리고 여성적인, 마스터베이션.
포스터는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
아쉽게 보물은 못 찾았다는 것.




S e n s e s/saw l 2009/05/20 16:35


 


寺에 詩가 머무는 時,

우리는 무엇을 생각했나.

 

S q u a r e l 2009/05/20 12:18

어렸을 때 나는 겨울이 싫었다. 추위를 신경질적으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몸이 추우면 굉장히 예민해지고, 감정은 통제불능이 되었다.
겨울마다 세계지도를 보며 적도지역의 나라로 이민을 꿈꾸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가 쨍하고 울릴 만큼 추운 날에 오히려 기분이 업 될 정도로 겨울을 좋아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에 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추운 날에는 심장에서 더 뜨거운 피가 솟아난다.
팔팔하게 살아 있다는 신호가 수십억 개의 세포로부터 전해졌다.

<렛미인>을 보며 나는 잊고 있던 차가움을 떠올렸다.
발은 시리지 않을까. 손가락이 언 것 같은데..
추위에 대한 기억들이 되살아날수록 몸은 크게 떨렸다.




영화 속 차가움의 결정체는 엘리였다.
얇은 옷차림에 여린 몸, 창백한 얼굴과 마른 입술, 커다란 눈.
그녀는 얼음과 눈 속에서 막 태어난 것처럼 정글짐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안아줘. 차가움에서 나를 구해줘.’

어느새 나는 엘리를 안고 있었다. 스스로도 덜덜 떨면서 그녀를 꼭 안아,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온기를 모두 내줘서라도 그 아이를 살리고 싶었다.
그녀가 원하는 게 정말로 따뜻함과 구원인지, 아니면 나의 목숨인지는 상관없었다.
영화 속, 엘리와 함께 온 중년남자 그리고 오스칼이 그랬듯이.

죽으면 몸이 차가워진다. 차가움의 지속은 죽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차가움에서 태어났어도 일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엘리에게 그것은 인간의 피를 말한다.
차가움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함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삶, 그것이 바로 엘리의 운명이었다.




비록 피를 필요로 하지만 엘리 또한 삶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 인간(?)이다.
엘리는 자신의 운명 안에서 세상과 나름대로의 관계를 맺는다.
엘리와 그의 남자들(중년 남자, 오스칼)의 관계는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종속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운명을 가진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신뢰와 사랑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렛미인>은 평범한 인간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다 뭔가 더 순수하고 고결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뱀파이어 영화가 아닌 엘리와 오스칼의, 차가움과 따뜻함에 대한 다른 차원의 멜로드라마다.



S e n s e s/saw l 2009/05/11 14:08


랄랄랄라~

아름다운 아리아


S q u a r e l 2009/05/11 11:15



그날 결과적으로 나는 세 가지에 실패했다.
그 세 가지는 사실 <멋진 첫 해외여행계획>의 전부였다.

첫째,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해 충분히 설렘을 만끽할 것

둘째, 미리 보딩패스를 받아 창가 자리를 택할 것

섯째, 옆 자리에 젊은 금발의 백인여인이 앉을 것

마지막 계획은 운에 달린 것이었지만, 나머지는 아침에 조금만 서둘렀어도 충분히 달성 가능했다.
아니 전날 밤 늦게까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어떤 멘트를 날려두고 떠나야 멋질까 궁상만 떨지 않았어도 됐다.

리무진버스가 공항에 나를 내려놓았을 때, 다른 모험을 앞둔 사람들처럼 폼나게 입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에 쫓긴 나는 고작 버스 화물칸에서 짐을 끌어내면서도 낑낑 거리며, 여지없이 풋내기임을 증명했다.
물론 영국신사처럼 입장하기에 짐도 너무 많았고(장기간 어학연수였으므로) 결정적으로 팔자 콧수염도 없었다.
신사보다는 신밧드가 고용한 아라비안 짐꾼에 더 가까웠다.

창가자리는 일찍 일어난 신사들이 낚아채 갔음이 당연했다.
버스에서 내려 보딩패스를 받아 출국심사대를 지나 게이트까지 가는 나의 동선은 거의 직선에 가까웠다.
아슬아슬하게 말레이시아 산 쇳덩어리 잠자리에 올라탔을 땐,
막 500미터 허들을 마친 육상선수처럼 헐떡거렸다.
꿈꾸던 해외여행자의 품격은 고사하고 쫓기는 해외도주자의 모습이었다.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부장 아저씨는 한국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건 김부장님은 해외출장을 자주 가는데 동남아만 가서 아쉽다는 것,
초등학교 5학년인 딸에게 무시당한다는 것,
아무래도 아내의 홈쇼핑 중독이 의심된다는 것,
사실은 로맨스 중이라는 것뿐이다.
내 자리는 기내 한가운데, 다섯 명이 한 줄로 붙은 자리의 정중앙이었다.
그건 화장실에라도 한 번 가려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2명의 사람을 일어섯! 자세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걸 의미했다.

굉장히 큰 비행기였지만, 내가 본 외국인은 말레이시아인 승무원 4명과
오른쪽 옆에 앉은 말레이시아인 청년이 다였다.
다행히 청년은 이륙부터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할 때까지 한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다행이라 한 이유는 청년이 너무나 옹박을 닮아,
아마도 내게 말을 걸었다면 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 댔을 것이고,
모욕적이라 느낀 그는 CG없는 과감한 액션으로 날 죽사발로 만들지 모른다고 혼자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착할 때까지 내 유일한 낙은 조그마한 창을 힐끗거리는 것뿐이었다.
너무 멀리 있고, 고개를 직각으로 돌려야만 볼 수 있어 목이 아팠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난 군대도 갔다 왔으니까.
거기는 목을 170도까지 돌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 병사가 얼마나 창을 보고 싶었을지 당시 난 이해할 수 있었다.

U n t e r w e g s l 2009/05/07 14:14


 

 

S q u a r e l 2009/05/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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